생각의 흔적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 2014.2, 강원국 저)

 

세상이 시끄럽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위정자가 하는 말을 사적으로 손대는 사람이 있었고 그것을 앵무새처럼 최고 권력자가 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어쩐지 이상하더라' 하는 의심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대통령의 말과 글이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팟캐스트 방송에서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의 책을 알게 되었다.

워낙 저자가 재미있게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나도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당장 사기는 했으나 밀린 일들이 워낙 많아서 시간내기가 어려워 이제야 읽었다.

이 책은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의 연설을 중심으로 좋은 글을 쓰는 방법들을 알기 쉽게 담백한 문체로 서술했다.

좋은 글, 남을 설득하는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은 자기 자신이 가진 콘텐츠라는 말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분야에 대한 공부와 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많은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는 그것을 필터링하여 정확한 정보로 매만지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자기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이것을 중심으로 말과 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많고 좋다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을 저자는 두 대통령의 예를 적절히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메모와 독서는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한 것이고 글을 쓴 이후에는 그것을 계속 고치고 좋은 표현을 찾는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대통령은 이것을 실천했던 사람들이었다.

주로 논문을 쓰는 내 입장에서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내용이었다.

글을 잘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부한 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글로 표현하여 가장 잘 전달되도록 마지막까지 고치는 것이다.

내일 논문 수정본 제출 마감일이다.

거의 1년 이상 매달렸던 논문의 마지막 교정을 남겨두고 있다.

아마 수십번도 더 출력해서 수없이 고친 논문이다.

논리를 세우기 위해 했던 수많은 고민과 자료정리,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이 모두 힘들었다.

교정도 신물나게 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고칠것이 남아 있다.

내일 마지막 메일을 보내는 순간까지 고쳐야 할 것이고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말을 논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일개 논문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통과가 되는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은 커녕 남이 써주는 것을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니 기가 차다.

이 책의 필자가 어떤 강연에서 말했듯이 이 사건 이후에는 아마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것 같기는 하다.

몇년전에 나온 책이지만 말도 안되는 정치적 사건때문에 재조명되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두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과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중요성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으니 많이들 읽으시길 바란다.

 

책에서 가장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노무현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중 하나인데, 정말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라 소개한다.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이 책은 일본의 헌책 수집가이자 서평가인 저자가 자신이 가진 책이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장서가들의 책수집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목조주택이 많아서 엄청난 무게의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거나 실제 무너진 사례들도 나오고 유명한 일본의 문학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랑하는 물건이었던 책이 어느 순간 처치해야할 괴물이 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시례로 들 장서가들이 어떤 연유로 책을 소장하게 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물론 일본문학을 거의 알지 못하는지라 행간을 읽을수는 없었으나 일본의 헌책 수집의 풍경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대도시 곳곳에 헌책방이 자리하고 있고 고정고객이 있어 헌책의 유통이 많은 편이다.

나도 우리나라의 헌책방은 별로 안가봤어도 오사카의 우메다 헌책방거리, 도쿄의 진보쵸는 가본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헌책의 유통이 활발하다보니 장서가들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많은 수의 책을 소장하고 있고 그에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로 골치를 앓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진으로 인해 수십년간 모은 책을 한순간에 날리기도 하고 더이상 책을 앃아둘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는 등 장서가들의 책에 얽힌 갖가지 사연이 재미있었다.

저자는 기존 장서가들이 책을 가짐으로써 겪은 어려움을 여러가지 예를 들어 소개하고는 결국 자신의 책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과정을 그려낸다.

서평가로서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저자는 서재가 폭발 일보 직전이 되면서 제대로 글쓰기도 어려워질 정도가 되었다.

분명히 있는 책이지만 그 책을 찾을 수 없어 다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는 등 비효율의 정점을 찍으면서 1인 헌책방 도서판매전을 기획하게 된다.

다행히 성황리에 도서판매전이 개최되어 저자는 상당량의 책을 분양보내게 되는데 여전히 많은 책이 그의 서재에 한가득이다.

도서판매전을 기획하면서 헌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에피소드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결국 책이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 집에도 다른 집에 비해 책이 많은 편이다.

안팎으로 공부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탓도 있고 아이책도 필요하면 주저함 없이 사는 편인지라 이사때마다 책을 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다.

어느 시점까지는 책을 사고 모았지만 몇번의 이사를 거치면 상당량을 처분했다.

지인들을 주기도 하고 정말 과감하게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이 많은 편이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책꽂이에 꽂힌 책을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거나 찾아놓은 자료가 섞여서 다시 출력하는 등 비효율적인 일들도 있었다.

책은 여러 사람이 읽어야 효용이 있는 것이다. 책꽂이에 꽂여만 있다면 그것은 책의 생명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집에 있는 책들도 부지런히 순환시켜 꼭 필요한 사람 손에 들어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블로그를 못한지 반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지난 상반기 드디어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이제 제출까지 마무리했다.

15년이상 공부해온 것들은 모두 쏟아붓고 나니 이상하게 홀가분하기 보다는 허탈함이 더 큰 것 같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임에 불과한 논문을 쓰기 위해 나름 젊은 시절 열정을 다 불태웠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제 마무리가 아니라 연구의 시작이라는 주변 선생님들의 말씀이 더 실감나기도 하고 여튼 복잡한 마음이다.

앞으로 닥칠 불분명한 미래와 계속 공부해야 하는 중압감 등등...

하나를 끝내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못내 답답하지만 며칠만이라도 멍때리고 있어야 겠다.

 

 

 

 

 

이 책은 읽은지 꽤 오래되었다.

두권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1권은 동생이 사 놓은 것을 읽었고 2권은 내가 사서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고 추천해 줘서 읽게 되었다.

지금 이 책들은 모두 동생이 읽는다고 가져가고 사진만 달랑 남아 있다.

책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마와 아들이 1년 가까이 세계를 배낭여행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엄마와 아들...

주변을 돌아보면 어렸을때는 죽고 못사는 관계이지만 아들이 크면서는 알게 모르게 벽이 존재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다 큰 아들과 환갑의 엄마가 힘든 배낭여행이라니...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동남아시아, 아라비아, 유럽까지 지구 반대편을 꼼꼼히 돌고 기록한 기행문이다.

서두 부분에 중국에서 직각의 의자에 앉아 10시간 이상의 기차를 타야했던 부분을 묘사한 글쓴이의 글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기 시작해 서서히 빨려들어가더니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스토리와 글빨(?)을 갖춘 책이다.

기행문이지만 단순히 여행지의 풍경이나 역사를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여행중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 변화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여행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한 엄마를 향한 아들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글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베푼  친절은 책을 읽는 내내 미소짓게 헸고 각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그냥 덤인 것 같다.

결국 여행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직접 사서 읽어 보시길 권한다.

또한 글쓴이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여느 프로 사진가 못지 않기에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문제 상황도 사람사이에 벌어지는 것이고 좋은 일도 사람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내 주관, 내 편견, 내 상황  때문에 순수하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대할수 없는 것은 아닌지 또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글쓴이와 글쓴이의 엄마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인 것으로 보아 뉴스나 신문에 나오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다 좋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밥벌이때문에 필수적으로 답사를 많이 다녀야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를 가더라도 박물관 혹은 유적지를 반드시 찾아다니곤 했다.

정식 답사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족여행에서도 남들 다가는 관광지보다는 그 지역의 박물관이나 유적을 먼저 검색해 가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러한 습관은 대학을 다니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20여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다녔던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내가 가야 하는 답사에 아이를 놓고 갈 수 없어서 민폐인줄 알면서도 데리고 간 적도 여러번이다.

우리 아이는 해외여행을 엄마의 답사일정에 맞추어 다녀야 했다.

당연히 박물관만 다녀서 아이에게는 정말 재미없었을 것이고 그 휴유증이 지금 박물관 가기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 매점에서 사먹는 아이스크림으로 꼬시거나 맛있는 것 사준다며 달래서 데리고 다녔고 이제는 굳이 엄마를 따라가려 하지 않는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 그럴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을 다니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나도 이제는 한번쯤 목적없이 훌쩍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세살 어린 아들을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본 것, 느낀 것, 만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구성이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용감함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세살 남자아이! 그야말로 대책없는 나이이다.

많이 걷지도 못할테고 입은 짧을 것이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뿐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차를 타거나 한가지 일에 장시간 집중하는 것은 꿈도 못꾸는 나이가 세살이다.

책을 읽어보면 그런 대목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장시간 차를 탔는데 아이가 울고 보채서 곤란을 겪었던 일, 저자가 너무 보고 싶은 곳을 눈앞에 두고도 고집부리는 아이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온 일 등등 여행기간 내내 아이와 줄다리기를 했다고 한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스케줄을 아이에게 맞추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비록 활자로 읽었지만 눈앞에서 그 상황에 직면한 것 같았다.

아마 나도 몇번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나가서 겪었던 일과 비슷한 상황이 있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와 같이 한 여행에서 참고 기다리는 법, 낮은 곳을 보는 법,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엄마를 그곳에 데려다 주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이러한 생각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오롯이 가슴으로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목표없이, 목적없이 바람가는대로 돌아다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동안 얼마를 들여 가는 여행인데 하나라도 더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잃고 빡빡한 답사만 다녔던 것 같다.

물론 8월에도 한치의 빈틈도 없는 일정의 답사를 다녀와야 하지만 조만간 아이를 데리고 그냥 떠나는 여행을 해봐야겠다.

어느날 갑자기 별안간 떠나는 여행! 정말이지 떠나고 싶다.

 

 

오랜만에 서평을 올린다.

그동안 학기말이라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아이 기말고사 준비도 도와줘야 했고 강의하는 과목 시험에 채점에 성적처리까지 거기에 약간의 집안일까지...6월과 7월초는 순식간에 휙 지나간 것 같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성적처리였다.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하겠는데 채점과 성적처리는 정말 스트레스 만빵이었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학생들은 그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강사 또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장난아니다.

해가 갈수록 더해가는 것 같아 심히 괴로웠다.

어지간해서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 자부했는데 평가를 하는 행위는 근래들어 박사논문 쓰는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였다.

이런 사족들은 역시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음에 핑계를 대기 위한 것들이다.

이래저래 책도 못 읽고 해서 올릴 내용이 없었다.

이제 방학이니 조금 부지런을 떨어볼 생각이다.

 

'남편의 서가'는 방학전부터 사놓고 책상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책이다.

신문의 책 소개란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출판평론가이자 작가인 남편을 병으로 잃은 저자가 남편을 떠나보내며 쓴 책으로 에세이이자 서평집이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남편의 병상에서 또 그 사후에 맞닥뜨렸던 여러 상황에 어울리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과 관련된 일을 했던 남편과 같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저자 역시 책을 가까이 하게되었고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에는 남편이 남긴 책을 통해 그 슬픔을 치유하고 일어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저자 특유의 감성과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으면서 그림책부터 소설, 철학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읽기가 편하다.

부부에게 있어 배우자를 잃는 것은 사지의 절반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 한다.

그 고통을 남편이 남긴 책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어 코끝이 시끈해지기도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순간 겁이 나고 무섭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했으면 남편에게 잘해야 하는데 역시 실천이 쉽지 않다!)

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 느끼는 교육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와 일치하는 것들이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이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생각해봄직한 여러 문제들-특히 사교육-에 대해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한번 읽어봐야할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 중 읽은 것도 있고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책들도 있었다.

특히 아이와의 여행기를 내용을 한 오소'바람이 우리를 데려디주겠지'를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소개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철학 콘서트. 3

 

철학 하면 일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그것을 체계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일까에 생각이 미치면 골치가 지끈지끈하다.

나도 이러한 일반적인 상황에 예외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내고 갈구하는 철학은 그저 어려운 것이었다.(물론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우리가 한번씩 학교다니면서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봤음직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 오늘 서평을 쓰는 '철학콘서트'이다.

저자는 이미 철학콘서트 1,2권을 내놓은 적이 있다.

나도 예전에 1, 2권을 사서 나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책도 누구한테 주었는지 집에도 없다.

다시 한번 1, 2권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주변에 내가 책을 주었을만한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해 봐야 겠다.

여튼 3권은 소크라테스, 공자, 장자, 칸트, 니체, 삿다르타 등 유명한 철학자를 비롯하여 호메로스, 도소토옙스키 등 대문호의 작품을 통해 여러가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각 철학자의 삶과 그들의 저작, 역사적 맥락을 비롯하여 저자 자신의 경험을 책의 내용과 적절히 섞어서 쉽게 여러 철학자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다 이해하면 좋으련만 내 얄팍한 지적 수준때문에 읽고 나서도 그 내용을 상당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자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지은 호메로스와 깨달음을 설파한 싯다르타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호메로스와 싯다르타 둘다 극도의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듯 하다.(원전을 읽어 본 것이 아니기에 자신있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인생의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에 좌절하여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어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고통속에서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이 결정한 바에 따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간형이 속할 것인가?

이런 물음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론이 나지 않을 물음이긴 하나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 것과 동시에 세상에는 너무나 읽어야하는 책이 이리도 많구나 하는 것이다.(아! 스트레스 받는다!) 

 

멀티플라이어

 

3월이다.

우리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개강을 했다.

청강하는 수업이 있어서 학생의 신분이도 하면서 강의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다행히 강의자료는 만들어진 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추가해서 하면 되는지라 작년만큼 바쁘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에 맞추어 가야하고 2시간 넘게 강의를 해야한다는 점이 여유를 없게 만드는 것 같다.

별로 바쁘지도 않으면서 시간만 잘 가고 있다.

방학동안 편히 놀기만 하다가 새롭게 돌아다니다 보니 몸도 피곤하긴 하다.

하지만 이번주가 지나면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서 점점 나아지리라 믿는다.

이렇게 사설이 긴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음을 핑계대고 있는 것이다.

 

'멀티플라이어'는 조직의 리더로 그 조직의 역량을 최대, 최고로 뽑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곱셉의 승부사다.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파악하여 적절한 일을 주면서 자율성을 보장하여 최대한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주로 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만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구성원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방해자를 제거하여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바람직한 리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소개되는 디미셔너(멀티플라이어와 완전히 반대인 리더)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나는 멀티플라이어와 디미셔너 중 어느쪽에 더 가까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강의를 하는 선생의 입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또 많은 후배들을 둔 선배의 입장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멀티플라이어가 되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디미셔너가 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제일 똑똑하고 내가 결정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며 내가 아니면 어떤 일도 굴러갈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내가 아니어도 조직은 굴러가며 일은 이루어진다. 아니 더 잘 될수도 있다.

내가 가진 역량을 발휘하여 조직에 좀 더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멀티플라이어가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의 지도

 

선배의 추천으로 산 책이다.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책꽂이에 자리한 지는 꽤 되었다.

박사논문 관련 책과 논문을 계속 보고 있던 중이라 지겨워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꺼내들었다.

물론 분위기 전환용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심도깊고 묵직해서 읽는데 여러날 걸렸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몸살이 심하게 나서 며칠은 아예 책을 펴들지도 못했다.

이제야 책을 다 읽어 이렇게 글을 쓴다.

 

동양과 서양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심리학적인 면에서 많은 학설과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책이다.

고대 중국을 뿌리에 두고 있는 동양사회(중국, 일본, 한국의 예가 대부분이다)는 농업중심의 촌락사회였기 때문에 혈연중심이면서 서로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용을 추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동양은 사물이나 사람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여러 관계를 맺고 다양한 맥락속에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에 뿌리는 둔 서양사회는 사물과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므로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는 서로 다른 자연환경, 사회구조, 철학과 사상, 교육제도 등 매우 다른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을 낳았고 글로벌한 현재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하였다.

결국 동양과 서양 모두 장단점을 각각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이러한 장단점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좀 더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서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저자가 구체적인 예로 든 것들 중 일부는, 특히 동양에 대해서는 오해하고 있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역사적인 한국만의 특성을 간과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서양의 장점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논쟁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에서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전통적으로 논쟁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 반공이 강조되면서 이루어진 정치적인 면에서의 억압이었다.

논쟁을 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라 논쟁을 하거나 언급을 하면 잡혀가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조선시대를 보면 비록 실제 일반 백성들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를 주로 다루기 했으나 조정의 신료들이나 학자들간에 치열한 사상적, 이론적 충돌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류는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소략하게 다루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본다.

 

이 책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무릎을 치며 동의했던 부분은 동양은 어떤 사물이든지 주변 맥락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범주화하여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범주와 규칙을 가지고 어떤 사물을 이해하고 통제하기에는 우주는 너무나 복잡하고 역동적인 곳이라고 보는 동양의 관점은 역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고고학이나 미술사에서 유물에 대해 형식학적 분류를 시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그것이 시기적으로 혹은 지역적으로 어떤 차이점과 유사점이 있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그런데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의 유물은 형식분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형식분류상 a, b,c가 있으면 그 중간에 너무 많은 이형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이건 한국에서 공부하는 고고학 미술사 전공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다- 이게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동양의 전통사회는 범주화하고 규격화하고 분류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으며, 이것이 그대로 그들이 남긴 유물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물이나 유구(집터, 건물터 등등 단위 유적)의 분류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했던 것이 당연한 것이었나 보다.

이책이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준 선물은 앞으로 내가 박사논문에서 진행할 형식분류가 잘 되지 않더라도 머리를 쥐어뜯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마음을 넓게 먹을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

 

일본에서 자이니치를 대표하는 도쿄대 강상중 교수의 책이다.

전작 '고민하는 힘'에 이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저자는 최근에 외적으로는 일본을 강타한 3.11 지진과 내적으로는 아들의 죽음을 목도했다.

너무도 힘든 두가지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20세기 초반에 동서양의 지성을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및 여러 학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서술하고 있다.

한번 읽어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행간에 스며있는 진정한 의미를 다 알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여러번 더 읽어야 하겠지만 한번 읽은 지금상태로 이 책에서 얻은 것은 극도로 불안한 현 시점에서 내 삶을 어떤 태토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가진 진가 세가지인 창조, 경험, 태도에서 저자는 태도를 가장 중시했다.

나에게 닥친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태도,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또한 '정신없는 전문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 역시 가슴을 때렸다.

나는 왜 공부하고 있는가? 공부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박사과정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다.

무엇보다도 특정 소수에게만 필요한 연구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항상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아직도 그 답을 얻지 못했고 앞으로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가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고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알았을때 이것때문에 공부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박사논문을 쓴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겠지만 그저 취직하기 위해 혹은 먹고 살기위해 공부한다면 내 자신이 너무 서글퍼질것 같다.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처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