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휴면상태로 너무 오래되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올려볼까 생각한다.

한 2년정도 계속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로 강의와 논문, 그밖에 자잘한 많은 일들 때문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욕심내지 말고 일주일에 1편 정도는 올려야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휴면상태를 해지하고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전시리뷰나 해볼까한다.

그것도 생각해보니 작년 9월에 본 전시라서 시류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도 글감이 없으니 기억을 더듬어 쓴다.

 

 

원래 보고 싶기도 했고 마침 전시기간 중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학술대회의 토론을 맡게 되어 이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왕이 사랑한 보물>전은 18세기 독일 아우구스투스 2세가 수집하고 제작한 다양한 재질의 보물을 전시한 것이다.

강건왕이라 불렸던 아우구스투스는 궁전을 짓고 전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보물들을 소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여러 재료를 활용해 당시 유럽에서 이름을 날리던 공예가들을 고용하여 직접 공예품을 만들었다.

그것도 재질별로 참으로 다양하게 제작했다.

금, 은,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뿐만 아니라 상아, 청동, 유리, 가죽, 산호, 조개, 진주, 도자기 등 정말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호나 조개, 진주와 같은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가지고 그것을 최대한 원형을 활용하여 만든 작품들이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부분 당시에 유명했던 공예가가 만든 것들이었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십분 활용되었다.

 

     

 

예술에 대한 왕의 적극적인 후원은 끊임없이 작가들의 상상력과 작품실력을 향상시켰고 획기적이고 좋은 작품들이 양산되었음을 이 전시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왕은 또한 도자기 역시 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중국와 일본의 도자기를 수집하고 결국에는 그것을 유럽 최초로 제작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일명 사치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들을 양성하고 나아가 기술혁신까지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토대에는 왕의 생각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전시를 보면서 같은 시기 우리의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유교적 세계관때문에 '사치', '보물', '고급'이라는 것에 위정자는 알레르기가 있었고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공예품이나 예술에 대한 천대와 멸시로 나타나고 말았다.

분명 무분별한 사치는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게 무조건 억누르는 것,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이 진정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멋지고 화려한 보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은 전시였지만 반면에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서는 약간의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