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라는 제목으로 동아시아 고대불교조각대전이 열리고 있다.

석가모니 사후 600년이 지난 시점인 기원후 2세기부터 인도의 마투라와 간다라지방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불상들과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해진 후 중국에서 제작한 불상들, 그리고 삼국에 불교가 전래된 후 한반도 각지에서 제작한 불상들이 망라되어 출품되었다. 

인도의 간다라와 마투라는 서로 떨어져 있는 지역이지만 거의 동시기에 불상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석재와 불상의 특징들이 서로 다르다.

당시 인도 귀족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어진 것으로 각 지역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후 중국 각지에서도 다양한 불상이 제작되었는데, 인도 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국적인 특색이 녹아든 불상들이 제작되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불교가 강력환 황제의 권력을 과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고 중국과 마찬가지로 왕권을 강화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고구려와 백제는 직접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불상도 거의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고구려와 백제에서 초창기에 제작된 금동불 중 일부는 중국산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삼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각국의 특징이 드러나는 불상들을 제작하였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금동반가사유상이 바로 삼국시대의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불교가 발생하고 불상이 처음 제작되기 시작한 인도의 불상들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시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진 초창기의 불상들이 출품되었는데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서 대여해 왔다.

삼국의 불상들도 금동불과 석불 등 재질을 망라하여 대표작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두 점의 금동반가사유상이 독립된 방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본래 두 점의 반가사유상은 1점씩 6개월을 주기로 교체전시 중이어서 두 점을 한꺼번에 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번에 한꺼번에 두 점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X-ray를 이용하여 금동불을 찍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을 설명하고 있는 영상물도 좋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불상은 경북 봉화 북지리에서 출토된 석조반가사유상이었다.

현재 배 윗부분과 왼쪽 발 일부는 없지만 남아 있는 부분만으로도 무게가 2.6톤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아마하다.

만약 다 남아 있었다면 총 높이가 3m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기에 압도되어 저절로 불심(佛心)이 느껴질 정도였다.

특별히 뛰어난 전시효과가 없더라도 유물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때문에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유물 중 그러한 힘이 있는 것이 유명한 국보 금동반가사유상보다는 일부만 남아 있는 북지리 석조반가사유상이었다.

 

이번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약 두달간만 열린다.

유물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대여했기 때문에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하며 사진촬영도 불가능하다.

그 점에 아쉽긴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도와 중국의 불상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귀중한 전시이다.

아마 이런 전시가 다시 기획되기는 앞으로 몇십년간 어렵지 않을까한다.

시간이 되는대로 몇번 더 가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