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지금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금은보화전-한국전통공예의 미"를 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기까지 유물 중 화려하고 뛰어난 미술품을 모아서 하는 전시이다.

신라시대 금관부터 고려시대 은제 주전자와 조선시대 장신구, 근대기 화병까지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도록에서만 봤던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주자 및 승반>도 볼 수 있었고, 청자에 금박을 입힌 <청자상감 화금당초문 접시>도 전시되었다.

삼성에서 만든 미술관인 만큼 전시설명 역시 스마트(?)했다.

유물앞에 서면 자동으로 설명이 나오고 해당 유물의 사진을 확대해 볼 수 있는 개인 단말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중요 유물은 화면을 통해서 360도 회전해볼 수 있고 확대해 볼 수 있었다.

기존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기술들이 적용되어 신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예 전시장 자체가 돌아가서 유물을 실제로 360도 회전하여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 박물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니 우리나라라고 하지 못할리 없으니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전시의 유물은 당시의 최고급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분명한 것만을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유물의 양이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유물을 선정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종종 전시들을 보면 너무 많이 보여주고자 하여 전시품이 많아지고 결국 하이라이트가 없어서 뭘 봤는지 인상적이지 못할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적절히 조정하여 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조선을 거치면서 생긴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을 받은 우리들은 우리의 문화가 소박하고 질박하며 단순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리움의 전시를 보면서, 또 강의를 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생각을 해보니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물질문화를 살펴보면 우리가 그리 소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특히 고려시대는 금속공예를 비롯하여 청자가 매우 화려한데, 소박하다고 생각해온 우리 문화가 화려함도 뒤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하나의 잣대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기존에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물질문화는 시대별로 다양한 면모를 보이며, 한 시대 안에서도 분야에 따라 많은 모습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동안 소박함만을 강조해온 전통공예가 화려한 면모도 상당부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가서 봐야겠다.

 

(나는 전시를 볼때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도록도 워낙 잘 나오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사진을 찍다 보면 정작 유물을 자세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릴 전시사진이 없는 단점이 생겨버렸다. 앞으로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몇장이라도 찍도록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