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 김동성 그림,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2009.

 

집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잠실역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잠실역 안에 있는 교보문고를 들렀다가 일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특별한 일 없이 교보에 들렀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어린이 역사동화로 초등학교 고학년용이다.

하지만 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 읽히기 위해서 산 건 아니었다.

표지그림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았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에 주저없이 사게 되었다.

조선후기 천주교가 들어와 탄압받던 시절을 배경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필사쟁이의 아들인 장이라는 아이이다.

장이는 전문 필사쟁이인 아버지가 모함으로 모진 고문을 받고 그 휴유증으로 죽자 그 일을 대신하게 되고 전문 필사쟁이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릴정도로 책 내용이 훌륭하다.

당시의 시대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풀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꼼꼼한 고증으로 당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서학이 들어오면서 혼란을 겪는 조선 지식인의 모습도 보이고 이야기꾼인 전기수도 등장하며 책을 빌려주는 상점까지 혼돈스러운 시절을 겪었을 조선후기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곳곳에 있는 따뜻한 색감을 지닌 그림이다.

책의 내용에 맞게 사람들의 표정이 잘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의 스타일이나 색이 무척이나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린이(김동성)의 책을  찾아서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 동생네에서 봤던 '엄마마중'의 앙증맞고 처연한 그림이 이분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따뜻한 이야기와 거기에 걸맞는 포근한 그림, 두고두고 꺼내보는 책이 되었다.

 

덧. 우리 아이는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언젠가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 본다고 해도 어쩔수 없지 싶다. 그래도 나는 보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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