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살아야 하는 이유

 

일본에서 자이니치를 대표하는 도쿄대 강상중 교수의 책이다.

전작 '고민하는 힘'에 이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저자는 최근에 외적으로는 일본을 강타한 3.11 지진과 내적으로는 아들의 죽음을 목도했다.

너무도 힘든 두가지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20세기 초반에 동서양의 지성을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및 여러 학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서술하고 있다.

한번 읽어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행간에 스며있는 진정한 의미를 다 알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여러번 더 읽어야 하겠지만 한번 읽은 지금상태로 이 책에서 얻은 것은 극도로 불안한 현 시점에서 내 삶을 어떤 태토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가진 진가 세가지인 창조, 경험, 태도에서 저자는 태도를 가장 중시했다.

나에게 닥친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태도,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또한 '정신없는 전문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 역시 가슴을 때렸다.

나는 왜 공부하고 있는가? 공부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박사과정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다.

무엇보다도 특정 소수에게만 필요한 연구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항상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아직도 그 답을 얻지 못했고 앞으로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가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고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알았을때 이것때문에 공부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박사논문을 쓴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겠지만 그저 취직하기 위해 혹은 먹고 살기위해 공부한다면 내 자신이 너무 서글퍼질것 같다.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처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