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오랜만에 서평을 올린다.

그동안 학기말이라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아이 기말고사 준비도 도와줘야 했고 강의하는 과목 시험에 채점에 성적처리까지 거기에 약간의 집안일까지...6월과 7월초는 순식간에 휙 지나간 것 같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성적처리였다.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하겠는데 채점과 성적처리는 정말 스트레스 만빵이었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학생들은 그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강사 또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장난아니다.

해가 갈수록 더해가는 것 같아 심히 괴로웠다.

어지간해서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 자부했는데 평가를 하는 행위는 근래들어 박사논문 쓰는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였다.

이런 사족들은 역시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음에 핑계를 대기 위한 것들이다.

이래저래 책도 못 읽고 해서 올릴 내용이 없었다.

이제 방학이니 조금 부지런을 떨어볼 생각이다.

 

'남편의 서가'는 방학전부터 사놓고 책상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책이다.

신문의 책 소개란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출판평론가이자 작가인 남편을 병으로 잃은 저자가 남편을 떠나보내며 쓴 책으로 에세이이자 서평집이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남편의 병상에서 또 그 사후에 맞닥뜨렸던 여러 상황에 어울리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과 관련된 일을 했던 남편과 같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저자 역시 책을 가까이 하게되었고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에는 남편이 남긴 책을 통해 그 슬픔을 치유하고 일어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저자 특유의 감성과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으면서 그림책부터 소설, 철학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읽기가 편하다.

부부에게 있어 배우자를 잃는 것은 사지의 절반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 한다.

그 고통을 남편이 남긴 책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어 코끝이 시끈해지기도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순간 겁이 나고 무섭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했으면 남편에게 잘해야 하는데 역시 실천이 쉽지 않다!)

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 느끼는 교육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와 일치하는 것들이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이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생각해봄직한 여러 문제들-특히 사교육-에 대해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한번 읽어봐야할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 중 읽은 것도 있고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책들도 있었다.

특히 아이와의 여행기를 내용을 한 오소'바람이 우리를 데려디주겠지'를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소개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