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그동안 블로그를 못한지 반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지난 상반기 드디어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이제 제출까지 마무리했다.

15년이상 공부해온 것들은 모두 쏟아붓고 나니 이상하게 홀가분하기 보다는 허탈함이 더 큰 것 같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임에 불과한 논문을 쓰기 위해 나름 젊은 시절 열정을 다 불태웠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제 마무리가 아니라 연구의 시작이라는 주변 선생님들의 말씀이 더 실감나기도 하고 여튼 복잡한 마음이다.

앞으로 닥칠 불분명한 미래와 계속 공부해야 하는 중압감 등등...

하나를 끝내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못내 답답하지만 며칠만이라도 멍때리고 있어야 겠다.

 

 

 

 

 

이 책은 읽은지 꽤 오래되었다.

두권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1권은 동생이 사 놓은 것을 읽었고 2권은 내가 사서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고 추천해 줘서 읽게 되었다.

지금 이 책들은 모두 동생이 읽는다고 가져가고 사진만 달랑 남아 있다.

책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마와 아들이 1년 가까이 세계를 배낭여행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엄마와 아들...

주변을 돌아보면 어렸을때는 죽고 못사는 관계이지만 아들이 크면서는 알게 모르게 벽이 존재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다 큰 아들과 환갑의 엄마가 힘든 배낭여행이라니...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동남아시아, 아라비아, 유럽까지 지구 반대편을 꼼꼼히 돌고 기록한 기행문이다.

서두 부분에 중국에서 직각의 의자에 앉아 10시간 이상의 기차를 타야했던 부분을 묘사한 글쓴이의 글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기 시작해 서서히 빨려들어가더니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스토리와 글빨(?)을 갖춘 책이다.

기행문이지만 단순히 여행지의 풍경이나 역사를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여행중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 변화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여행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한 엄마를 향한 아들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글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베푼  친절은 책을 읽는 내내 미소짓게 헸고 각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그냥 덤인 것 같다.

결국 여행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직접 사서 읽어 보시길 권한다.

또한 글쓴이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여느 프로 사진가 못지 않기에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문제 상황도 사람사이에 벌어지는 것이고 좋은 일도 사람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내 주관, 내 편견, 내 상황  때문에 순수하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대할수 없는 것은 아닌지 또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글쓴이와 글쓴이의 엄마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인 것으로 보아 뉴스나 신문에 나오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다 좋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