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이 책은 일본의 헌책 수집가이자 서평가인 저자가 자신이 가진 책이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장서가들의 책수집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목조주택이 많아서 엄청난 무게의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거나 실제 무너진 사례들도 나오고 유명한 일본의 문학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랑하는 물건이었던 책이 어느 순간 처치해야할 괴물이 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시례로 들 장서가들이 어떤 연유로 책을 소장하게 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물론 일본문학을 거의 알지 못하는지라 행간을 읽을수는 없었으나 일본의 헌책 수집의 풍경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대도시 곳곳에 헌책방이 자리하고 있고 고정고객이 있어 헌책의 유통이 많은 편이다.

나도 우리나라의 헌책방은 별로 안가봤어도 오사카의 우메다 헌책방거리, 도쿄의 진보쵸는 가본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헌책의 유통이 활발하다보니 장서가들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많은 수의 책을 소장하고 있고 그에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로 골치를 앓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진으로 인해 수십년간 모은 책을 한순간에 날리기도 하고 더이상 책을 앃아둘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는 등 장서가들의 책에 얽힌 갖가지 사연이 재미있었다.

저자는 기존 장서가들이 책을 가짐으로써 겪은 어려움을 여러가지 예를 들어 소개하고는 결국 자신의 책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과정을 그려낸다.

서평가로서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저자는 서재가 폭발 일보 직전이 되면서 제대로 글쓰기도 어려워질 정도가 되었다.

분명히 있는 책이지만 그 책을 찾을 수 없어 다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는 등 비효율의 정점을 찍으면서 1인 헌책방 도서판매전을 기획하게 된다.

다행히 성황리에 도서판매전이 개최되어 저자는 상당량의 책을 분양보내게 되는데 여전히 많은 책이 그의 서재에 한가득이다.

도서판매전을 기획하면서 헌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에피소드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결국 책이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 집에도 다른 집에 비해 책이 많은 편이다.

안팎으로 공부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탓도 있고 아이책도 필요하면 주저함 없이 사는 편인지라 이사때마다 책을 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다.

어느 시점까지는 책을 사고 모았지만 몇번의 이사를 거치면 상당량을 처분했다.

지인들을 주기도 하고 정말 과감하게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이 많은 편이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책꽂이에 꽂힌 책을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거나 찾아놓은 자료가 섞여서 다시 출력하는 등 비효율적인 일들도 있었다.

책은 여러 사람이 읽어야 효용이 있는 것이다. 책꽂이에 꽂여만 있다면 그것은 책의 생명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집에 있는 책들도 부지런히 순환시켜 꼭 필요한 사람 손에 들어가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