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지난번 초등학생 역사와 친해지기(1)에 이은 두번째 편이다.

이번 이야기는 초등학생 뿐 아니라 청소년, 혹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그동안 경험한 것과 고민한 것을 조금 적어보도록 하겠다.

 

1. 한국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상당히 간단하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통해 교훈을 얻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예전의 일을 반추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과거로부터 나온 것이며 지금 잘못된 것을 찾으려면 그 원인을 파악하여 더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어서 뻔히 역사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다 알려주고 있음에도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긴 한다.

안타깝지만 어리석은 반복을 수없이 한 후에 나중에는 안하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해주는 것도 역사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몇해전 고등학교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고 대학에서 한국사가 교양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다시 필수과목이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일어났던 역사를 제대로 모른다면, 그리고 그것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또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역사에서 그동안 일어났던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아무 거리낌없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자기가 살고있는 나라의 역사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다른 건 몰라도 한국사의 중요 포인트나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몇가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2. 중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는 오래전부터 중국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중국의 사상, 정치, 경제, 문화 등등 전방위에 걸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흔히 중국과 같은 우산속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싶다면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고려시대일때 중국에는 어떤 나라가 있었는지 알아야 훨씬 이해가 잘 된다.

고려초 거란족이 침공했는데 그들이 세운 나라가 요나라이다. 요나라는 중국의 북방지역에 있었고 같은 시기 남쪽에는 송나라가 있었다.

즉 고려시대에 일정기간동안 중국에는 요나라와 송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고려시대에 일어난 많은 사건들이 이들 나라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시대에 맞춰 중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 더 풍부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근현대사는 사실관계의 확인이 중요하다.

역사학의 시기구분법에 의해 현재 우리는 한국현대사라고 일컬어지는 시기에 살고 있다.

특히 20세기는 조선의 멸망, 일본의 침략, 한국전쟁, 남북분단, 군사독재, 민주화운동 등등 다른 나라에서는 몇백년에 걸쳐 일어났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학부때 한국현대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한학기동안 1945년 8월 15일부터 1947년즈음까지밖에 배우지 못했다.

한학기동안 소화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그 짧은 시간에 벌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한국근현대사는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어떻게 평가하고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 같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각자 관점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나중에 이들이 컸을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숨기고 싶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잘잘못이 가려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부끄럽고 아프고 서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알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리고 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역사공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른도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역사를 초등학생이 알기는 사실 어렵다.

 

용어도 낯설뿐만 아니라 외워야 할 것 투성이인 역사는 아주 좋아하거나 혹은 치를 떨며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목에 배정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에 간단히 초등학생이 역사에 접근하는 몇가지 방법을 다루어본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나 역사를 접하게 하는게 좋다고 본다.

 

너무 어릴때 강제로 시대순으로 공부하다보면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역사인물로 접근하라.

아이가 저학년일때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순서상으로 서술되어 있는 역사책을 보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위인전이나 인물에 관한 책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알아보는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에 관심을 갖다가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서 그 관련 책이나 만화를 찾아보는 식으로 확장하는 방법이 좋다.

이순신장군과 더불어 일본의 역사 및 배의 역사 등등 다양한 부분에 접근할 수 있다.

 

2. 역사관련 책은 이미지가 많은 것이 좋다.

시중에 나와 는 어린이 대상 역사책의 종류는 정말 많다.

때문에 적당한 역사책을 고르는데 애를 먹기 마련이다.

나도 시중에 나와 있는 역사책을 모두 꼼꼼히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대체로 실제 이미지가 많이 포함된 책을 추천한다.

나중의 일이지만 고등학교나 사회에 나가면 어쩔수 없이 한국사능력시험을 치러야 할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의 경향이 대체로 이미지로 설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어렸을때부터 역사에 관련된 사진자료를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그림으로 그려진 것보다는 실제 사진으로 된 것을 추천한다.

그림으로 그리면서 사실과 달리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모르더라도 사진이나 관련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공부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나중에 관련 책은 따로 추천하도록 하겠다.)

 

3. 사극도 괜찮은 역사공부법이다.

주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고 하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사극에서 나오는 얘기가 진짜냐"는 물음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거의 90% 이상 꾸며낸 이야기다' 라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옛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고대관련 부분은 거의 90% 이상이 픽션이다.

조선시대라고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주요 역사인물이나 지명, 당시의 분위기 정도를 아는데는 사극이 참 효율적이다.

사극의 내용은 지어낸 이야기일지라도 등장인물은 실제 사료에 나오는 것을 따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들과 같이 보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전에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그닥 신뢰가 가지 않지만 같은 시대에 김춘추, 김유신, 선덕여왕, 진평왕 등등이 연관되어 있었다고만 알아도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의 내용들은 그동안 내가 주변의 질문과 우리 아이가 공부했던 방법들을 기본으로 해서 적은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 김동성 그림,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2009.

 

집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잠실역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잠실역 안에 있는 교보문고를 들렀다가 일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특별한 일 없이 교보에 들렀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어린이 역사동화로 초등학교 고학년용이다.

하지만 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 읽히기 위해서 산 건 아니었다.

표지그림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았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에 주저없이 사게 되었다.

조선후기 천주교가 들어와 탄압받던 시절을 배경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필사쟁이의 아들인 장이라는 아이이다.

장이는 전문 필사쟁이인 아버지가 모함으로 모진 고문을 받고 그 휴유증으로 죽자 그 일을 대신하게 되고 전문 필사쟁이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릴정도로 책 내용이 훌륭하다.

당시의 시대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풀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꼼꼼한 고증으로 당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서학이 들어오면서 혼란을 겪는 조선 지식인의 모습도 보이고 이야기꾼인 전기수도 등장하며 책을 빌려주는 상점까지 혼돈스러운 시절을 겪었을 조선후기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곳곳에 있는 따뜻한 색감을 지닌 그림이다.

책의 내용에 맞게 사람들의 표정이 잘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의 스타일이나 색이 무척이나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린이(김동성)의 책을  찾아서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 동생네에서 봤던 '엄마마중'의 앙증맞고 처연한 그림이 이분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따뜻한 이야기와 거기에 걸맞는 포근한 그림, 두고두고 꺼내보는 책이 되었다.

 

덧. 우리 아이는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언젠가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 본다고 해도 어쩔수 없지 싶다. 그래도 나는 보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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