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대항해 시대

 

주변 지인들과 하는 스터디가 있다.

주로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문헌을 보거나 논문을 읽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그러다 보니 흥미가 떨어지고 너무 한정된 분야만 다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야를 넓혀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시대의 책을 읽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선택한 책이 '대항해시대'이다.

우선 두껍다. 장장 600쪽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우며 가격도 착한 편이다.(자세한 내용은 검색해서 알아보시기 바란다)

방대한 양이지만 읽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마 저자가 글을 이해하기 쉽게 부드러운 문체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바다를 통해 동서양의 사람, 상품, 농작물, 생태요소, 문화 등이 서로 교류하면서 일어난 여러 역사적 현상과 그 의의를 짚어보는 책이다.

특히 콜럼버스로부터 촉발된 유럽의 신대륙에 대한 탐험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상품의 교역, 이에 수반된 각종 문제들이 다양한 이론들과 더불어 여러 실례들을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5세기~18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촉발된 다른 지역으로의 팽창은 결국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씨앗이 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인들의 침공은 노예문제, 자연자원의 침탈문제, 전염병문제 등을 일으켰고 이것이 아직까지도 아프리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유럽세력의 아시아로의 세력팽창 역시 아시아 스스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외부세력에 의해 근대화가 진행되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시아의 강제적인 근대화는 결국 서구자본에 종속된 현재 아시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 폭력에 의해 진행되었기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는 결국 폭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이해한 600여쪽에 달하는 책의 결론은 서구의 폭력에 의한 세계화가 근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의 문제가 결국 몇백년전에 잉태되었고 그것이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에 이르게되었다는 의미로 읽혔다.

요새 신자유주의, 글로벌이라는 말이 키워드이다.

이 말들 역시 서구의 근대화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개념일 것이다. 즉 서구의 관점이다.

우리가 서구에 의한 강제적인 근대화과정에서 취했었어야 하는 자세는 무엇이었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이 방대한 책의 내용을 세세히 기억하고 전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현재 우리를 덮고 있는 문제의 시작이 역사속에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생각케한다.

 

고백하건대 이책은 최근에 읽은 것은 아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 중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려야겠기에 선택했다.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보며 리뷰를 쓰는 것도 다시한번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에는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오늘 아이와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을 다녀왔다.

 

얼마전부터 대체에네지와 소재에 관심을 갖더니 전에 가본적이 있는 과천과학관이 떠 올랐나보다.

 

방학이라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기 전부터 기가 뺏기는 기분이었다.

 

박물관이나 기타 여러 전시장은 들어가면 일단 기가 뺏기는 기분이 든다.

 

규모도 크거니와 이걸 언제 다 보나하는 마음이 들어서일게다.

1, 2층의 규모에 다양한 전시가 펼쳐져 있는 과학관을 모두 보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곳 몇 곳만 둘러보기로 했다.

 

기계와 우주 및 여러 기술이 전시되어 있는 첨단기술관과 저번에 와서 못 본 전통과학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가 요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에너지 부분에서는 패널도 꼼꼼히 보고 흥미있어 했다.

 

소재부분에 관한 전시가 별로 없어서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대로 오늘 전시관람은 괜찮았다.

 

국립과천과학관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시의 양이 매우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 전시실안에 A부터 Z까지 다 있다 보니 나중에는 특별히 기억하는 것이 없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에 관한 부분에서는 에너지, 항공, 우주 등등 여러 테마가 같이 들어가 있어 정신이 없었다.

 

공간 구획상 따로따로 전시실을 꾸미기가 쉽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구별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시물의 크기가 크다보니 전시물을 따라가는 동선도 섞이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곳 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박물관(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전시규모가 크고 양이 많은 곳은 하루에 다 보는 것은 정말 무리이다.

 

몇곳만 선택해서 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어른인 나도 기억이 다 안나는데 애들은 말해 무엇하랴.

 

1시간 반 정도 전시를 봤는데 기운이 쏙 빠져서 집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고 날씨가 풀리면 야외에 있는 전시물만 보러 따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어른처럼 집중에해서 몇시간씩 전시를 관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른도 2시간 이상을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크고 넓으며 볼 전시는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아이와 같이 갔을때 어떤 식으로 전시를 보는 것이 좋을까?

 

 

1. 우선 부모의 욕심을 버리자.

 

부모의 입장에서 박물관을 자주 오기도 어렵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보고 가자는 마음이 들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은 별로 흥미도 없을뿐더러 덩그러니 전시장 안에 놓여있는 유물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오늘 박물관에서 가서 모든 전시를 꼼꼼히 다 보고 와야지 하는 부모의 욕심은 일찌감치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괜히 부모욕심에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2. 박물관 한 곳, 혹은 전시 하나에서 1~2개만 기억하도록 하자.

 

박물관은 넓고 수많은 전시품들이 있다.

 

혹여 특별전이라도 하게 되면 진귀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있다.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그 많은 걸 모두 기억할 수 없다.

 

열심히 설명해 줘봤자 기억도 못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1~2개만 있으면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자.

 

부모라면 몰라도 아이들은 앞으로 자의반 타의반 많은 박물관과 전시를 볼 예정이므로 시간이 많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3. 아이가 흥미가 생겼을때 가자.

 

숙제때문에 박물관에 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저마다 공책을 들고 다니며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베껴쓴다.

 

아이들이 보고 적는 것들은 대개 어른들도 어려운 것들이다.

 

소용없는 일이 될 공산이 크다.

 

아이가 책을 보거나 혹은 텔레비젼, 친구 등등 여러 경로로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더 알고 싶어한다면 거기에 맞는 전시나 박물관 관람이 효과적이다.

 

물론 부모입장에서 이렇게 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박물관을 매우 싫어하는 우리 아이도 소설책에서 본 잠수함때문에 전쟁기념관에 갔었는데 무척 재미있어 했다.

 

흥미가 있어야 재미를 느끼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

 

 

위에 글을 써놓고 보니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하기가 불가능한 존재인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나조차도 그게 가장 어려우니 입맛이 쓰다.

 

그래도 모르는 것 보다는 실천이 어렵더라도 이런 점을 알고 있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