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18세기의 맛

 

이책은 잡은 지는 오래되었으나 다 읽은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논문을 끝내고 바로 읽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에 급하게 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꾸준히 읽지 못하였다.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은 18세기 유럽,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살펴볼 수 있는 맛과 관련된, 즉 음식과 관련된 역사책이다.

술, 차,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을 비롯해 진, 삼해주, 와인, 맥주와 같은 술에 대한 18세기인들의 다양한 시각을 알 수 있다.

또한 고추장, 조선의 소고기 환약, 솔잎 등 조선의 18세기를 상징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금, 버터, 감자,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에 얽힌 역사와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각 주제마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풍부한 사료와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 주제마다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끊어 읽어도 크게 단절되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각국의 상황은 다르지만 18세기라는 공간이 중세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시작되고 꽃피우는 시기라는 점과 동서양 모두 왕조중심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순들이 극대화되어가던 시기이기도 하여 그 안에서 음식과 관련된 역사가 어떻게 펼쳐졌는지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특히 조선의 18세기를 대표하는 솔잎은 일반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을때 먹을수 밖에 없었던 구황식물로, 당시 조선은 두번의 전쟁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재해 때문에 기근이 심각하였다.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곡식이 부족하자 솔잎먹는 방법이나 요리를 개발해 국가가 널리 홍보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솔잎은 너무 맛이 없었고 변비 등 여러 다른 질환을 동반하였다.

하지만 국가는 백성들이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곡식도 제공하지 못하였고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솔잎을 먹을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백성들이 솔잎을 먹을때 상업경제와 수공업의 발달로 부를 축적한 중인이상의 사람들은 18세기가 되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반면, 한쪽은 넘치는 부를 사치에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지금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모든 물질문화의 등장과 유행, 변화, 소멸 등은 간단하지 않다.

동시기 다른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거치며 그 과정을 통해 존폐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것은 맛과 관련된 수많은 키워드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책을 읽으며 17세기의 맛, 19세기의 맛, 20세기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였고, 개인적으로는 고려시대의 맛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알고 싶기도 하다.

지대물박

 

'地大物博'. '땅은 크고 문물은 넓다'

직역하면 이런 뜻이다.

중국의 넓은 땅과 그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여러 문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나타내는 의미이다.

얼마나 그 땅안에, 그 사람들이, 그 문물이 다양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반도처럼 작은 땅에서도 지역이 나뉘고 그에 따라 지역색이 분명한 문화가 있음을 볼때 중국은 어떠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지 모른다.

 

이 책은 중국에서 중국미술사를 전공한 미술사학자에 의해 씌여진 책이다.

따라서 각 주제마다 깊이도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중국유학을 마치고 막 한국에 오셨을때 대학원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중국미술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최신 자료를 이용해 강의를 진행하셔서 인상깊은 수업 중 하나였다.

물론 학생들이 못 알아듣거나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실망하셨던(?) 적도 많으셨다.

듣는 학생들이야 흥미로웠지만 강의하는 입장에서는 많이 답답하셨으리라.

 

신문에 소개된 글을 읽고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예전에 수업때 강조하시거나 주제로 삼았던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중국미술사를 각각의 주제별로 하면서도 큰 줄기는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먼저 선사와 고대에 해당하는 옥기와 청동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유물이 발견된 진시황릉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자금성의 구성을 통해 중국인의 천하관을 살펴보고 있으며, 북경에 위치한 천단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그 성격이 바뀌었는지 설명하였다.

사방이 막힌 중국의 주거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인 사합원과 건축기술의 발전과 가구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외에도 북제시대 황제의 석굴인 북향당석굴과 중국 회화를 읽는 방법, 길상을 추구하는 중국의 공예 등에 대해 비교적 알기 쉽게 서술하였다.

중국미술이야 그 양과 질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방대하고 다양하다.

그 내용을 다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서 중국미술사의 맛보기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이중에서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북향당석굴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북항댱석굴은 중국 하북성 자현에 있는데, 고산의 중턱에 있다.

북제의 문선제의 무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동을 비롯해, 중동, 남동 3개로 구성되어 있다.

황제가 직접 건설에 관여한 석굴로 황제의 권위를 부처에 투영하여 백성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석굴이다.

이 부분이 특히 내게 와닿았던 것은 가본 곳이기 때문이다.

2013년 여름 학교에서 가는 중국답사에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박물관 관람시간이 안맞는 바람에 현지에서 급하게 차를 빌리고 가이드를 사서 갔던 곳이다.

주로 간 사람들이 도자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라 북향당석굴에 대해서는 거의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었다.

당시는 8월 중순으로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우리나라의 여름보다 몇배는 더운 날씨였었고(아마 40도는 족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굴이 그렇게 산 중턱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멀리 차에서 보았을때 산 중턱에 있는 건축물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건만 석굴은 그곳에 있었다.

끝까지 가야하나 아니면 포기하고 내려가야 하나 고심하다가 그 더위에 올라간 것이 아쉬워 끝까지 갔었는데, 그때 본 것은 중동이었다.

아름답게 채색된 불상이 인상적이었으나 거의 실신 직전이어서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북향당석굴의 의미를 알게 되어 기쁘면서도 그때 알고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미술품을 포함한 여러 물질문화는 얼마나 알고 보느냐에 따라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핸드폰을 뒤져보니 그때 찍었던 북향당석굴의 사진이 있다.

같이 갔던 사람들사이에서 그때 답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답사장소이기도 하다.

 

 

 

 

그동안 블로그를 못한지 반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지난 상반기 드디어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이제 제출까지 마무리했다.

15년이상 공부해온 것들은 모두 쏟아붓고 나니 이상하게 홀가분하기 보다는 허탈함이 더 큰 것 같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임에 불과한 논문을 쓰기 위해 나름 젊은 시절 열정을 다 불태웠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제 마무리가 아니라 연구의 시작이라는 주변 선생님들의 말씀이 더 실감나기도 하고 여튼 복잡한 마음이다.

앞으로 닥칠 불분명한 미래와 계속 공부해야 하는 중압감 등등...

하나를 끝내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못내 답답하지만 며칠만이라도 멍때리고 있어야 겠다.

 

 

 

 

 

이 책은 읽은지 꽤 오래되었다.

두권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1권은 동생이 사 놓은 것을 읽었고 2권은 내가 사서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고 추천해 줘서 읽게 되었다.

지금 이 책들은 모두 동생이 읽는다고 가져가고 사진만 달랑 남아 있다.

책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마와 아들이 1년 가까이 세계를 배낭여행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엄마와 아들...

주변을 돌아보면 어렸을때는 죽고 못사는 관계이지만 아들이 크면서는 알게 모르게 벽이 존재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다 큰 아들과 환갑의 엄마가 힘든 배낭여행이라니...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동남아시아, 아라비아, 유럽까지 지구 반대편을 꼼꼼히 돌고 기록한 기행문이다.

서두 부분에 중국에서 직각의 의자에 앉아 10시간 이상의 기차를 타야했던 부분을 묘사한 글쓴이의 글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기 시작해 서서히 빨려들어가더니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스토리와 글빨(?)을 갖춘 책이다.

기행문이지만 단순히 여행지의 풍경이나 역사를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여행중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 변화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여행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한 엄마를 향한 아들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글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베푼  친절은 책을 읽는 내내 미소짓게 헸고 각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그냥 덤인 것 같다.

결국 여행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직접 사서 읽어 보시길 권한다.

또한 글쓴이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여느 프로 사진가 못지 않기에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문제 상황도 사람사이에 벌어지는 것이고 좋은 일도 사람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내 주관, 내 편견, 내 상황  때문에 순수하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대할수 없는 것은 아닌지 또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글쓴이와 글쓴이의 엄마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인 것으로 보아 뉴스나 신문에 나오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다 좋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