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한국생활사박물관 1~12>>, 사계절

 

학부 강의나 개론 강의를 할때 대표적으로 추천하는 책 중 하나이다.

우리 집에는 이 세트가 다 있는데, 관심사에 따라 낱권으로 사도 된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활사'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이미지와 그림, 설명이 잘 들어가 있다.

한국사를 박물관의 전시를 관람하는 것처럼 다양한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학계의 저명한 학자들이 참여한 책이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 볼 수 있는 책으로 방대한 한국사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였고 여기에 수록된 그림들은 여러 박물관에서 전시할 때 저작료를 지불하고 빌려 쓸 만큼 공을 들였다.

보통 역사를 복원한 그림은 사실이 왜곡되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 

그래서 따로 스캔해서 강의시간에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책 중간중간 접지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펼쳐보는 재미 또한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사부분에서 우리가 빼먹기 쉬운 북한의 생활상까지도 하나로 묶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 전공과 관련한 고려시대는 두권으로 되어 있는데 문헌자료와 발굴자료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성실하게 복원해 놓았다.

글 내용은 대체로 평이한 편은 아니나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미지위주로 보다가 관심있는 부분을 읽어보는 방식으로 여러번 읽는 것이 효과적인 책인것 같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까지도 두고두고 볼 수 있으니 적극 추천한다.

 

 

박종기, <<고려의 부곡인, <경계인>으로 살다>>, 푸른역사, 2012.

 

우리는 하나의 대상을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어느쪽에 분류하려고 한다.

여기 아니면 저기에 속해야 마음이 평안하고 안정된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사상, 종교, 문화, 정치 등등 자기가 속한 혹은 자기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길 강요받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강요한다.

역사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고려시대의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기 아니면 저기라고 말해야 한다고 무언의 압력을 받아왔다.

구체적으로 고려사람들을 양인과 천인으로 구분하고 부곡에 속하는 사람들(향, 부곡, 소, 처, 장 등)을 어느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저자는 고려시대 부곡집단은 사회경제적으로 왕조정부의 수취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 존재로, 생산기능과 역할에 따라 3가지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향과 부곡, 소, 장과 처의 구분이 그것이다.

향과 부곡은 새로 개간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촌 혹은 고려를 건국할때 반왕조 집단을 지방에 편제하는 과정에서 생긴 특수촌락이다.

소는 광산물, 농수산물, 수공업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해당 물품의 원재료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곳으로 주로 설치되었다.

처와 장은 왕실과 사원의 수조지(그 땅에서 사는 세금을 직접 왕실과 사원에 바치는곳)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부곡집단을 양인 혹은 천인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보고자 했다.

하지만 저자는 넓은 의미에서 부곡집단을 양인으로 보되, 양인과 천인의 경계선에 서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경계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다.

최근에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안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여기에 속하는 것도 같고 저기에 속하는 것도 같은 것이 우리 역사에는 너무 많다.

이것을 내 판단에 의해 구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직접적으로 말해 너무 어렵다.

또한 문헌이나 자료에서 명확하게 설명해줄수 있는 근거가 많으면 좋은데 아쉽게도 별로 없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경계에 있는 것들에 대해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작위적이더라도 명확하게 구분하고 가는 것이 논문을 쓰는데는 효과적이겠지만 그것이 그 당시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역사연구란 당시로 돌아가 그 사회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무 자르듯이 잘라지지 않는다.

수많은 경계의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되도록이면 끝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살아야 하는 이유

 

일본에서 자이니치를 대표하는 도쿄대 강상중 교수의 책이다.

전작 '고민하는 힘'에 이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저자는 최근에 외적으로는 일본을 강타한 3.11 지진과 내적으로는 아들의 죽음을 목도했다.

너무도 힘든 두가지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20세기 초반에 동서양의 지성을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및 여러 학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서술하고 있다.

한번 읽어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행간에 스며있는 진정한 의미를 다 알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여러번 더 읽어야 하겠지만 한번 읽은 지금상태로 이 책에서 얻은 것은 극도로 불안한 현 시점에서 내 삶을 어떤 태토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가진 진가 세가지인 창조, 경험, 태도에서 저자는 태도를 가장 중시했다.

나에게 닥친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태도,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또한 '정신없는 전문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 역시 가슴을 때렸다.

나는 왜 공부하고 있는가? 공부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박사과정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다.

무엇보다도 특정 소수에게만 필요한 연구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항상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아직도 그 답을 얻지 못했고 앞으로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가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고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알았을때 이것때문에 공부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박사논문을 쓴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겠지만 그저 취직하기 위해 혹은 먹고 살기위해 공부한다면 내 자신이 너무 서글퍼질것 같다.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처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번 초등학생 역사와 친해지기(1)에 이은 두번째 편이다.

이번 이야기는 초등학생 뿐 아니라 청소년, 혹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그동안 경험한 것과 고민한 것을 조금 적어보도록 하겠다.

 

1. 한국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상당히 간단하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통해 교훈을 얻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예전의 일을 반추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과거로부터 나온 것이며 지금 잘못된 것을 찾으려면 그 원인을 파악하여 더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어서 뻔히 역사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다 알려주고 있음에도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긴 한다.

안타깝지만 어리석은 반복을 수없이 한 후에 나중에는 안하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해주는 것도 역사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몇해전 고등학교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고 대학에서 한국사가 교양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다시 필수과목이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일어났던 역사를 제대로 모른다면, 그리고 그것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또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역사에서 그동안 일어났던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아무 거리낌없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자기가 살고있는 나라의 역사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다른 건 몰라도 한국사의 중요 포인트나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몇가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2. 중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는 오래전부터 중국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중국의 사상, 정치, 경제, 문화 등등 전방위에 걸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흔히 중국과 같은 우산속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싶다면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고려시대일때 중국에는 어떤 나라가 있었는지 알아야 훨씬 이해가 잘 된다.

고려초 거란족이 침공했는데 그들이 세운 나라가 요나라이다. 요나라는 중국의 북방지역에 있었고 같은 시기 남쪽에는 송나라가 있었다.

즉 고려시대에 일정기간동안 중국에는 요나라와 송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고려시대에 일어난 많은 사건들이 이들 나라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시대에 맞춰 중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 더 풍부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근현대사는 사실관계의 확인이 중요하다.

역사학의 시기구분법에 의해 현재 우리는 한국현대사라고 일컬어지는 시기에 살고 있다.

특히 20세기는 조선의 멸망, 일본의 침략, 한국전쟁, 남북분단, 군사독재, 민주화운동 등등 다른 나라에서는 몇백년에 걸쳐 일어났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학부때 한국현대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한학기동안 1945년 8월 15일부터 1947년즈음까지밖에 배우지 못했다.

한학기동안 소화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그 짧은 시간에 벌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한국근현대사는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어떻게 평가하고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 같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각자 관점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나중에 이들이 컸을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숨기고 싶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잘잘못이 가려지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부끄럽고 아프고 서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알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리고 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역사공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른도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역사를 초등학생이 알기는 사실 어렵다.

 

용어도 낯설뿐만 아니라 외워야 할 것 투성이인 역사는 아주 좋아하거나 혹은 치를 떨며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목에 배정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에 간단히 초등학생이 역사에 접근하는 몇가지 방법을 다루어본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나 역사를 접하게 하는게 좋다고 본다.

 

너무 어릴때 강제로 시대순으로 공부하다보면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역사인물로 접근하라.

아이가 저학년일때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순서상으로 서술되어 있는 역사책을 보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위인전이나 인물에 관한 책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알아보는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에 관심을 갖다가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서 그 관련 책이나 만화를 찾아보는 식으로 확장하는 방법이 좋다.

이순신장군과 더불어 일본의 역사 및 배의 역사 등등 다양한 부분에 접근할 수 있다.

 

2. 역사관련 책은 이미지가 많은 것이 좋다.

시중에 나와 는 어린이 대상 역사책의 종류는 정말 많다.

때문에 적당한 역사책을 고르는데 애를 먹기 마련이다.

나도 시중에 나와 있는 역사책을 모두 꼼꼼히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대체로 실제 이미지가 많이 포함된 책을 추천한다.

나중의 일이지만 고등학교나 사회에 나가면 어쩔수 없이 한국사능력시험을 치러야 할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의 경향이 대체로 이미지로 설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어렸을때부터 역사에 관련된 사진자료를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그림으로 그려진 것보다는 실제 사진으로 된 것을 추천한다.

그림으로 그리면서 사실과 달리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모르더라도 사진이나 관련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공부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나중에 관련 책은 따로 추천하도록 하겠다.)

 

3. 사극도 괜찮은 역사공부법이다.

주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고 하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사극에서 나오는 얘기가 진짜냐"는 물음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거의 90% 이상 꾸며낸 이야기다' 라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옛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고대관련 부분은 거의 90% 이상이 픽션이다.

조선시대라고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주요 역사인물이나 지명, 당시의 분위기 정도를 아는데는 사극이 참 효율적이다.

사극의 내용은 지어낸 이야기일지라도 등장인물은 실제 사료에 나오는 것을 따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들과 같이 보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전에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그닥 신뢰가 가지 않지만 같은 시대에 김춘추, 김유신, 선덕여왕, 진평왕 등등이 연관되어 있었다고만 알아도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의 내용들은 그동안 내가 주변의 질문과 우리 아이가 공부했던 방법들을 기본으로 해서 적은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 김동성 그림,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2009.

 

집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잠실역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잠실역 안에 있는 교보문고를 들렀다가 일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특별한 일 없이 교보에 들렀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어린이 역사동화로 초등학교 고학년용이다.

하지만 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 읽히기 위해서 산 건 아니었다.

표지그림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았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에 주저없이 사게 되었다.

조선후기 천주교가 들어와 탄압받던 시절을 배경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필사쟁이의 아들인 장이라는 아이이다.

장이는 전문 필사쟁이인 아버지가 모함으로 모진 고문을 받고 그 휴유증으로 죽자 그 일을 대신하게 되고 전문 필사쟁이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릴정도로 책 내용이 훌륭하다.

당시의 시대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풀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꼼꼼한 고증으로 당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서학이 들어오면서 혼란을 겪는 조선 지식인의 모습도 보이고 이야기꾼인 전기수도 등장하며 책을 빌려주는 상점까지 혼돈스러운 시절을 겪었을 조선후기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곳곳에 있는 따뜻한 색감을 지닌 그림이다.

책의 내용에 맞게 사람들의 표정이 잘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의 스타일이나 색이 무척이나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린이(김동성)의 책을  찾아서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 동생네에서 봤던 '엄마마중'의 앙증맞고 처연한 그림이 이분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따뜻한 이야기와 거기에 걸맞는 포근한 그림, 두고두고 꺼내보는 책이 되었다.

 

덧. 우리 아이는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언젠가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 본다고 해도 어쩔수 없지 싶다. 그래도 나는 보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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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

 

주변 지인들과 하는 스터디가 있다.

주로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문헌을 보거나 논문을 읽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그러다 보니 흥미가 떨어지고 너무 한정된 분야만 다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야를 넓혀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시대의 책을 읽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선택한 책이 '대항해시대'이다.

우선 두껍다. 장장 600쪽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우며 가격도 착한 편이다.(자세한 내용은 검색해서 알아보시기 바란다)

방대한 양이지만 읽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마 저자가 글을 이해하기 쉽게 부드러운 문체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바다를 통해 동서양의 사람, 상품, 농작물, 생태요소, 문화 등이 서로 교류하면서 일어난 여러 역사적 현상과 그 의의를 짚어보는 책이다.

특히 콜럼버스로부터 촉발된 유럽의 신대륙에 대한 탐험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상품의 교역, 이에 수반된 각종 문제들이 다양한 이론들과 더불어 여러 실례들을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5세기~18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촉발된 다른 지역으로의 팽창은 결국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씨앗이 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인들의 침공은 노예문제, 자연자원의 침탈문제, 전염병문제 등을 일으켰고 이것이 아직까지도 아프리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유럽세력의 아시아로의 세력팽창 역시 아시아 스스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외부세력에 의해 근대화가 진행되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시아의 강제적인 근대화는 결국 서구자본에 종속된 현재 아시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 폭력에 의해 진행되었기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는 결국 폭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이해한 600여쪽에 달하는 책의 결론은 서구의 폭력에 의한 세계화가 근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의 문제가 결국 몇백년전에 잉태되었고 그것이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에 이르게되었다는 의미로 읽혔다.

요새 신자유주의, 글로벌이라는 말이 키워드이다.

이 말들 역시 서구의 근대화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개념일 것이다. 즉 서구의 관점이다.

우리가 서구에 의한 강제적인 근대화과정에서 취했었어야 하는 자세는 무엇이었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이 방대한 책의 내용을 세세히 기억하고 전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현재 우리를 덮고 있는 문제의 시작이 역사속에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생각케한다.

 

고백하건대 이책은 최근에 읽은 것은 아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 중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려야겠기에 선택했다.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보며 리뷰를 쓰는 것도 다시한번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에는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오늘 아이와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을 다녀왔다.

 

얼마전부터 대체에네지와 소재에 관심을 갖더니 전에 가본적이 있는 과천과학관이 떠 올랐나보다.

 

방학이라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기 전부터 기가 뺏기는 기분이었다.

 

박물관이나 기타 여러 전시장은 들어가면 일단 기가 뺏기는 기분이 든다.

 

규모도 크거니와 이걸 언제 다 보나하는 마음이 들어서일게다.

1, 2층의 규모에 다양한 전시가 펼쳐져 있는 과학관을 모두 보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곳 몇 곳만 둘러보기로 했다.

 

기계와 우주 및 여러 기술이 전시되어 있는 첨단기술관과 저번에 와서 못 본 전통과학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가 요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에너지 부분에서는 패널도 꼼꼼히 보고 흥미있어 했다.

 

소재부분에 관한 전시가 별로 없어서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대로 오늘 전시관람은 괜찮았다.

 

국립과천과학관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시의 양이 매우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 전시실안에 A부터 Z까지 다 있다 보니 나중에는 특별히 기억하는 것이 없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에 관한 부분에서는 에너지, 항공, 우주 등등 여러 테마가 같이 들어가 있어 정신이 없었다.

 

공간 구획상 따로따로 전시실을 꾸미기가 쉽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구별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시물의 크기가 크다보니 전시물을 따라가는 동선도 섞이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곳 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박물관(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전시규모가 크고 양이 많은 곳은 하루에 다 보는 것은 정말 무리이다.

 

몇곳만 선택해서 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어른인 나도 기억이 다 안나는데 애들은 말해 무엇하랴.

 

1시간 반 정도 전시를 봤는데 기운이 쏙 빠져서 집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고 날씨가 풀리면 야외에 있는 전시물만 보러 따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어른처럼 집중에해서 몇시간씩 전시를 관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른도 2시간 이상을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크고 넓으며 볼 전시는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아이와 같이 갔을때 어떤 식으로 전시를 보는 것이 좋을까?

 

 

1. 우선 부모의 욕심을 버리자.

 

부모의 입장에서 박물관을 자주 오기도 어렵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보고 가자는 마음이 들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은 별로 흥미도 없을뿐더러 덩그러니 전시장 안에 놓여있는 유물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오늘 박물관에서 가서 모든 전시를 꼼꼼히 다 보고 와야지 하는 부모의 욕심은 일찌감치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괜히 부모욕심에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2. 박물관 한 곳, 혹은 전시 하나에서 1~2개만 기억하도록 하자.

 

박물관은 넓고 수많은 전시품들이 있다.

 

혹여 특별전이라도 하게 되면 진귀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있다.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그 많은 걸 모두 기억할 수 없다.

 

열심히 설명해 줘봤자 기억도 못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1~2개만 있으면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자.

 

부모라면 몰라도 아이들은 앞으로 자의반 타의반 많은 박물관과 전시를 볼 예정이므로 시간이 많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3. 아이가 흥미가 생겼을때 가자.

 

숙제때문에 박물관에 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저마다 공책을 들고 다니며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베껴쓴다.

 

아이들이 보고 적는 것들은 대개 어른들도 어려운 것들이다.

 

소용없는 일이 될 공산이 크다.

 

아이가 책을 보거나 혹은 텔레비젼, 친구 등등 여러 경로로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더 알고 싶어한다면 거기에 맞는 전시나 박물관 관람이 효과적이다.

 

물론 부모입장에서 이렇게 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박물관을 매우 싫어하는 우리 아이도 소설책에서 본 잠수함때문에 전쟁기념관에 갔었는데 무척 재미있어 했다.

 

흥미가 있어야 재미를 느끼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

 

 

위에 글을 써놓고 보니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하기가 불가능한 존재인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나조차도 그게 가장 어려우니 입맛이 쓰다.

 

그래도 모르는 것 보다는 실천이 어렵더라도 이런 점을 알고 있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드디어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냥 책을 읽고 소비만 하는 것 같아 부족하더라도 흔적을 남겨보기로 한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역사학도로써, 아이를 키우는 한 아이의 엄마로써 그동안 느끼고 생각했던 바들을 풀어 놓을 수 있었으면 싶다.

제일 처음 여는 글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읽은 책이 없기에(논문때문에 한 책을 통독하지 못하고 있음 ㅠㅠ) 역사공부에 관한 내용을 올리려 한다.

오늘은 '어린이의 박물관 관람은 언제부터가 좋을까?'에 대해서 그동안 느낀바를 솔직하게 풀어놓기로 한다.

역사를 전공하고 계속 공부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또한 전공상 박물관의 전시를 많이 보야아 하는 분야이기에 아이가 어릴때부터 박물관을 많이 데리고 다녔다.

물론 아이가 가고 싶어서 간 건 절대 아니다.

나는 전시를 봐야 하고 아이는 맡길곳이 마땅치 않았던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보통 박물관 전시는 유물의 손상문제때문에 실내가 어두운 경우가 많다. 즉 컴컴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방이 전시장이 들어차 있어 답답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공간일리가 없다.

우리 아이는 어릴때 전시장에 많이 가서 그런지 지금은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주변에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인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박물관 전시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 가는 것이 낫다라는 것이다.

특히 유모차에서 벗어난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박물관 관람이 크게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전시장 안에서 큰소리를 내거나 뛰어다니지 말아야 하는데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때의 아이들은 거의 망나니에 가깝다.

통제할 방법이 거의 제로이며 전시를 보기는 커녕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박물관에 유아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놀고 부모는 편하게 전시를 보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릴때부터 박물관이나 여러 체험학습을  많이 시키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당한 나이가 되어야 하고 우선 아이의 취향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주변의 예를 통해서 내가 내리는 결론은 박물관 관람은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에나 하는 것이 부모도 아이도 덜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어릴때부터 박물관을 무진장 좋아하는 아이라면 시기는 중요치 않겠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박물관 관람을 어떤식으로 하면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한번 다루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