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흔적

 

지금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금은보화전-한국전통공예의 미"를 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기까지 유물 중 화려하고 뛰어난 미술품을 모아서 하는 전시이다.

신라시대 금관부터 고려시대 은제 주전자와 조선시대 장신구, 근대기 화병까지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도록에서만 봤던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주자 및 승반>도 볼 수 있었고, 청자에 금박을 입힌 <청자상감 화금당초문 접시>도 전시되었다.

삼성에서 만든 미술관인 만큼 전시설명 역시 스마트(?)했다.

유물앞에 서면 자동으로 설명이 나오고 해당 유물의 사진을 확대해 볼 수 있는 개인 단말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중요 유물은 화면을 통해서 360도 회전해볼 수 있고 확대해 볼 수 있었다.

기존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기술들이 적용되어 신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예 전시장 자체가 돌아가서 유물을 실제로 360도 회전하여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 박물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니 우리나라라고 하지 못할리 없으니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전시의 유물은 당시의 최고급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분명한 것만을 모아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유물의 양이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유물을 선정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종종 전시들을 보면 너무 많이 보여주고자 하여 전시품이 많아지고 결국 하이라이트가 없어서 뭘 봤는지 인상적이지 못할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적절히 조정하여 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조선을 거치면서 생긴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을 받은 우리들은 우리의 문화가 소박하고 질박하며 단순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리움의 전시를 보면서, 또 강의를 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생각을 해보니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물질문화를 살펴보면 우리가 그리 소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특히 고려시대는 금속공예를 비롯하여 청자가 매우 화려한데, 소박하다고 생각해온 우리 문화가 화려함도 뒤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하나의 잣대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기존에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물질문화는 시대별로 다양한 면모를 보이며, 한 시대 안에서도 분야에 따라 많은 모습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동안 소박함만을 강조해온 전통공예가 화려한 면모도 상당부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가서 봐야겠다.

 

(나는 전시를 볼때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도록도 워낙 잘 나오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사진을 찍다 보면 정작 유물을 자세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릴 전시사진이 없는 단점이 생겨버렸다. 앞으로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몇장이라도 찍도록 해봐야겠다.)

 

  

나라의 정화 조선의 표상

 

학부강의를 듣는 학생들 중 교생실습때문에 시험을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때문에 시험대신에 과제를 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라의 정화, 조선의 표상 일제강점기 석굴암론'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다.

중간고사 범위가 통일신라시대까지였으므로 석굴암에 대해서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도 좋을듯 싶었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으니 선생은 책을 정성껏(?) 읽는 것이 당연하다.

간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펜으로 줄을 치고 군데군데 느낀점이나 생각하는 바를 적다가 어느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너무나 화려하게 책 읽은 티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정성껏 읽었다.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기에 아깝지만 도서관에는 새책을 사서 갖다주어야 할 것같다.

출간한지 오래된 책이면 그냥 눈감고 넘어가려 했는데 학교에서 구입한지 2달도 안 된 책이니 그러기에는 너무 양심에 찔린다.

여하튼 이 책은 내용을 떠나서 나에게 에피소드를 남긴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왜 석굴암을 '우리민족의 자랑' 혹은 '동양 최고의 예술품'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의문을 품고 그러한 생각이 시작된 원인을 찾아보고자 했다.

언제부터 석굴암을 그렇게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석굴암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동안 너무나 당연한 사실로만 인식하고 있었음에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어렸을때부터 학교에서, 방송에서, 책에서 막연히 그렇게 이야기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저자는 석굴암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민족문화의 정수로 알려지고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일본 학자들에 의해서 였다는 점을 여러 자료를 예시로 들며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선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매우 광범위하게 하였다.

일제가 그렇게 했던 것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제국주의가 확산되고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나 동양 등을 식민지화 하는 과정에서 식민지 자체의 방치된 역사와 유적을 다시 '재발견'하는 것이 유행하였기 때문이다.

식민지배를 받는 국가들은 근대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찬란했던 과거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그것을 연구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어야 했다.

앙코르와트나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드르가 대표적인 예이다.

동양의 서구열강을 자처한 일본 역시 자신들이 식민지로 삼고자 하는 조선의 예전 영화로운 문화가 일본에 의해 발견되고 재해석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조선에서는 석굴암이 제시되었다.

일제는 조선인에 의해 방치되었던 석굴암을 일본 우편배달부가 발견하여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이것은 자신들의 문화조차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당시의 조선을 한없이 우스운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석굴암은 일본학자들에 의해 한국미술의 절정기로 평가받는 통일신라시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선의 가장 찬란한 시기의 문화재를 일본의 손으로 찾고 일본의 돈을 들여 수리까지 하는 등 그것을 만들었던 주체는 완전히 사라지고 그것을 발견한 사실만이 부각되고 말았다.

일제강점기동안 석굴암은 철저히 일본인이 바라보는 대로 조선인들에게도 그대로 인식되었고 결국에는 철저히 관광상품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일제강점기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석굴암의 본래 조성목적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그저 문화재로써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그러한 시선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데, 물론 여러 자료와 수업을 통해 석굴암이 지나치게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는 줄은 몰랐다.

석굴암은 본래 예배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냥 가서 보고 본존불이 크구나, 조각들이 멋있구나 느끼라고 신라사람들이 고생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석굴암에 덧씌어진 여러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있는 그대로의 석굴암, 만들었던 당시의 석굴암, 그것을 계속 지켜봐았던 사람들의 석굴암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렇게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된 것이 석굴암 뿐이겠는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역사와 문화재가 일제를 거치며 상당부분 이상하게 왜곡되는 현상을 거쳤다.

이제는 덧칠된 것을 벗겨내고 본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때인것 같다. 

 

철학 콘서트. 3

 

철학 하면 일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그것을 체계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일까에 생각이 미치면 골치가 지끈지끈하다.

나도 이러한 일반적인 상황에 예외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내고 갈구하는 철학은 그저 어려운 것이었다.(물론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우리가 한번씩 학교다니면서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봤음직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 오늘 서평을 쓰는 '철학콘서트'이다.

저자는 이미 철학콘서트 1,2권을 내놓은 적이 있다.

나도 예전에 1, 2권을 사서 나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책도 누구한테 주었는지 집에도 없다.

다시 한번 1, 2권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주변에 내가 책을 주었을만한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해 봐야 겠다.

여튼 3권은 소크라테스, 공자, 장자, 칸트, 니체, 삿다르타 등 유명한 철학자를 비롯하여 호메로스, 도소토옙스키 등 대문호의 작품을 통해 여러가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각 철학자의 삶과 그들의 저작, 역사적 맥락을 비롯하여 저자 자신의 경험을 책의 내용과 적절히 섞어서 쉽게 여러 철학자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다 이해하면 좋으련만 내 얄팍한 지적 수준때문에 읽고 나서도 그 내용을 상당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자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지은 호메로스와 깨달음을 설파한 싯다르타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호메로스와 싯다르타 둘다 극도의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듯 하다.(원전을 읽어 본 것이 아니기에 자신있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인생의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에 좌절하여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어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고통속에서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이 결정한 바에 따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간형이 속할 것인가?

이런 물음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론이 나지 않을 물음이긴 하나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 것과 동시에 세상에는 너무나 읽어야하는 책이 이리도 많구나 하는 것이다.(아! 스트레스 받는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벌써 7~8년전쯤의 일이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나서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다.

하고 있는 모든 일이 싫어지고 우울했었다.

더욱이 공부는 정말 하기 싫었다.

방향을 잃고 헤매이면서 마음을 못 잡고 있었던 때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떤 경로로 이책을 보게 되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다 읽고 나서 허한 마음이 어느정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마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또래인데다가 그동안 해왔던 일에 지겨움과 허탈함을 느낄때쯤이어서 였는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라디오 방송국의 피디인 이건과 작가인 공진솔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고 다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이다.

주인공인 이건과 공진솔의 요란하진 않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가 예쁘게 표현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더 감동을 받는 것 같은데 나는 건과 진솔이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부분에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소설 속 이건의 말처럼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적당히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을때의 부끄럽고 씁쓸한 기분...

또 라디오 작가인 진솔이 그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전파를 타고 날아가버린 자신의 글에 대한 아쉬움과 허탈함...

30대에 접어들어 일에 익숙해지고 나서 느끼는 감정들이 아닐까 싶다. 적당히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

서른이 넘으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이 생기고 잘할수 있을것만 같은데 꼭 그렇지 않아서 힘들었던 시기에 이 소설이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마흔을 코앞에 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생각중이다.

요새야 이왕 하고 있는 것 멋지게 결과물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그것이 결과물로 나오면 다시 한번 허탈감에 빠지게 될것이다.

그 허탈한 마음을 달래는데 건피디와 진솔의 사랑얘기와 그들의 일에 대한 생각들이 여전히 유효하기를 바라면서 책상 근처에 이 책을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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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일년에 한두번 만나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개강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맞지 않아서 겨우 만날수 있었다.

그 친구도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지라 만나면 교육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이다.

친구가 동네 엄마들이 하는 초등학생 역사논술교실에 아이를 보내면 어떠냐고 물어왔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이런 질문을 친구 말고도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역사논술 교실에 보내는 것에 내 개인적으로는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물론 그 효과가 있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 아이를 키운 경험과 주변의 여러 예를 통해 보건대 그리 효과적이지 않는것 같다.

초등때는 역사적인 사실을 이해하기에도 내용이 많아서 벅차다.

고등학생 쯤 되어야 조금 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사논술교실에 무엇을 다루는지 좀 더 살펴본 후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이번엔 초등학생이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세번째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지도와 친해져야 한다.

사회과목은 지도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역사는 계속해서 국가의 영토가 변하고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사항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시 어떤 곳에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히 지도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사는 중국,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지리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중요한 지명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중국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중원지방이 대충 어디에 있는데 유비가 왕이있던 촉은 어느곳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지역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알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해서 나라를 세웠다는데 위화도가 어디쯤이지 알면 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요새 역사관련 책 중 지도를 통해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이러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역사공부법 중 하나이다.

 

2. 옛날을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많은 도움이 된다.

요새 초등학생, 특히 고학년 정도때 읽으면 좋을 책들이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중학년 혹은 고학년 대상 창작동화책 중 역사적인 사건이나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영서 작가의 '책과 노니는 집'은 조선 후기 서학이 들어왔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또한 '궁녀 학이'라는 작품은 조선시대 궁궐에서 사는 궁녀를 통해 궁궐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안소영 작가의 '책만 보는 바보'도 조선 후기 실학사상가였던 이덕무와 그 주변 실학자들의 면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었다.

이렇게 역사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동화는 비록 픽션이지만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역사를 딱딱하게 역사책으로만 접하면 질릴수도 있으므로 적절히 소설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단히 초등학생이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어보았다.

여전히 역사는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지만 여러 맥락을 고려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게 알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멀티플라이어

 

3월이다.

우리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개강을 했다.

청강하는 수업이 있어서 학생의 신분이도 하면서 강의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다행히 강의자료는 만들어진 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추가해서 하면 되는지라 작년만큼 바쁘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에 맞추어 가야하고 2시간 넘게 강의를 해야한다는 점이 여유를 없게 만드는 것 같다.

별로 바쁘지도 않으면서 시간만 잘 가고 있다.

방학동안 편히 놀기만 하다가 새롭게 돌아다니다 보니 몸도 피곤하긴 하다.

하지만 이번주가 지나면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서 점점 나아지리라 믿는다.

이렇게 사설이 긴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음을 핑계대고 있는 것이다.

 

'멀티플라이어'는 조직의 리더로 그 조직의 역량을 최대, 최고로 뽑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곱셉의 승부사다.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파악하여 적절한 일을 주면서 자율성을 보장하여 최대한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주로 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만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구성원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방해자를 제거하여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바람직한 리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소개되는 디미셔너(멀티플라이어와 완전히 반대인 리더)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나는 멀티플라이어와 디미셔너 중 어느쪽에 더 가까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강의를 하는 선생의 입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또 많은 후배들을 둔 선배의 입장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멀티플라이어가 되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디미셔너가 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제일 똑똑하고 내가 결정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며 내가 아니면 어떤 일도 굴러갈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내가 아니어도 조직은 굴러가며 일은 이루어진다. 아니 더 잘 될수도 있다.

내가 가진 역량을 발휘하여 조직에 좀 더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멀티플라이어가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불과 흙의 아이 변구 개경에 가다

 

각 시대별로 당시에 살았던 어린이의 시각을 통해 생활사를 알려주는 방식의 어린이용 역사서이다.

당시의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쉽게 쓰는 것은 동화작가가 하고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그 분야 전문가가 감수하였다.

전공이 한국도자사인지라 신문광고를 보고 사서 봐야겠다 싶었다. 

우리 아이도 보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별 수 없지만 청자와 관련된 내용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은 고려시대에 해당하는데 청자를 만들던 변구라는 아이를 통해 고려시대의 생활사를 풀어내었다.

변구는 12세기 초 지금의 전라도 강진에서 살던 아이로 청자를 굽다가 어찌어찌해서 개경까지 도망오게 되고 다시 개경의 시장상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강진은 질좋은 청자를 생산하는 특수촌락으로 지정되어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다가 국가에서 청자를 구워 바치라고 하면 만들어 바쳐야 하는 곳이었다.

높은 기술수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기술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지배층에 의해 착취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중한 줄 알면서도 국가가 요구하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자기소(자기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곳으로 이른바 국영공장 같은 곳)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변구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살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부당하게 고생만 하는 것 같다.

일기글 뿐만 아니라 본문 여러곳에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수 있는 참고글과 그림이 들어 있다.

참고글은 대부분 무난하게 일기글과 어울리지만 일부는 글의 맥락과 동떨어진 내용이 들어가기도 하였다.

짧은 책에 너무 많은 정보를 실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살짝 아쉽다.

물론 이 책은 우리 아이가 보았으면 싶어서 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쉽게 소화하기에는 담겨 있는 내용이 좀 많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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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선배의 추천으로 산 책이다.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책꽂이에 자리한 지는 꽤 되었다.

박사논문 관련 책과 논문을 계속 보고 있던 중이라 지겨워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꺼내들었다.

물론 분위기 전환용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심도깊고 묵직해서 읽는데 여러날 걸렸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몸살이 심하게 나서 며칠은 아예 책을 펴들지도 못했다.

이제야 책을 다 읽어 이렇게 글을 쓴다.

 

동양과 서양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심리학적인 면에서 많은 학설과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책이다.

고대 중국을 뿌리에 두고 있는 동양사회(중국, 일본, 한국의 예가 대부분이다)는 농업중심의 촌락사회였기 때문에 혈연중심이면서 서로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용을 추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동양은 사물이나 사람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여러 관계를 맺고 다양한 맥락속에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에 뿌리는 둔 서양사회는 사물과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므로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는 서로 다른 자연환경, 사회구조, 철학과 사상, 교육제도 등 매우 다른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을 낳았고 글로벌한 현재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하였다.

결국 동양과 서양 모두 장단점을 각각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이러한 장단점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좀 더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서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저자가 구체적인 예로 든 것들 중 일부는, 특히 동양에 대해서는 오해하고 있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역사적인 한국만의 특성을 간과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서양의 장점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논쟁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에서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전통적으로 논쟁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 반공이 강조되면서 이루어진 정치적인 면에서의 억압이었다.

논쟁을 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라 논쟁을 하거나 언급을 하면 잡혀가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조선시대를 보면 비록 실제 일반 백성들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를 주로 다루기 했으나 조정의 신료들이나 학자들간에 치열한 사상적, 이론적 충돌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류는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소략하게 다루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본다.

 

이 책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무릎을 치며 동의했던 부분은 동양은 어떤 사물이든지 주변 맥락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범주화하여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범주와 규칙을 가지고 어떤 사물을 이해하고 통제하기에는 우주는 너무나 복잡하고 역동적인 곳이라고 보는 동양의 관점은 역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고고학이나 미술사에서 유물에 대해 형식학적 분류를 시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그것이 시기적으로 혹은 지역적으로 어떤 차이점과 유사점이 있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그런데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의 유물은 형식분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형식분류상 a, b,c가 있으면 그 중간에 너무 많은 이형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이건 한국에서 공부하는 고고학 미술사 전공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다- 이게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동양의 전통사회는 범주화하고 규격화하고 분류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으며, 이것이 그대로 그들이 남긴 유물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물이나 유구(집터, 건물터 등등 단위 유적)의 분류가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했던 것이 당연한 것이었나 보다.

이책이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준 선물은 앞으로 내가 박사논문에서 진행할 형식분류가 잘 되지 않더라도 머리를 쥐어뜯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마음을 넓게 먹을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원래 자신의 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던 남자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서 자신의 원래 꿈을 찾았다가 또 다시 꿈을 잃어버리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뉴욕에 사는 벤은 원래부터 사진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와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안정적인 변호사의 삶을 선택한다.

아름다운 아내와 어린 두 아이가 있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히 일하면서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다.

변호사이기에 경제 사정은 나쁘지 않아서 자신의 원래 꿈이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사진가에 대한 향수로 열심히 카메라와 주변기기를 사 모으는 것을 소일거리 삼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또 겉으로는 문제없는 삶이지만 무료할뿐만 아니라 아내와는 어딘지 모르게 계속 엇나가면서 속으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곪아간다.

결국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소설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발적 살인을 치밀하게 은폐하고 결국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새로운 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원래 꿈이었던 사진가로서 생각지도 못하게 명성을 얻게된다.

어릴때부터 꿈이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사진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지만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얻은 것이었기에 마음껏 좋아할 수 없었고 언제 들통날지 몰라 불안하기만 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벤의 일련의 사건을 기자인 루디에게 들키게 되고 옥신간신 하던차에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로 루디가 죽으면서 벤은 다시한번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원래 자기가 아닌 타인으로써 또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 벤.

일상은 행복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 것인지 알수 없고 불안한 마음에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통상적인 소설들처럼 주인공이 지은 죄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고 또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세탁하여 계속해서 일상을 이어간다는 소설의 결말이 신선했다.

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을 벤은 행복했을까?

그는 누구일까? 벤인지 아니면 게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앤드류인지?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척 혹은 모르게 살아야 하는 벤이 비록 소설속 인물이지만 짠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어릴적 꿈을 현실의 벽에 부딪쳐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것 때문에 피해의식과 신경질만 남았던 것이 결국 사단이 벌어진 이유가 아닐까?

벤은 끊임없이 아버지에 굴복하여 자신의 꿈을 버린것에 괴로워했다.

자신의 꿈과 안정적인 직업...

이 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직업은 알겠는데 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점점 더 모르겠다.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의 문제이고 내 주변 모든 사람의 고민이다.

 

신라수공업사

 

이 책은 아주 오래전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내가 산 것은 확실하나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전공과 관련된 것이라 막연히 사놓고 언젠가 보겠지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박사논문 꼭지 중 고려시대 수공업체제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해서 결국에는 빼들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모두 문헌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 아주 적은 사료를 가지고 추론하곤 한다.

이 책 역시 몇줄 되지 않는 삼국시대, 특히 신라에 관한 사료를 모아서 당시 수공업체계에 대해서 서술했다.

신라는 궁중수공업, 관영수공업, 민간수공업이 있었고 이것이 신라 1000년의 역사동안 변화해간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왕실을 중심으로 한 궁중수공업이 주를 이루다가 신라하대가 되면 상당부분 궁중수공업이 관영수공업에 흡수되고 기술력의 발전에 따라 민간수공업이 발전해 나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책의 내용이다.

신라가 다양한 공예품을 만든 것은 왕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궁중수공업의 발전에 힘입은 것이며 이것이 관영수공업과 민간수공업의 발전을 견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벌써 나온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책이라 최근의 연구결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아 최근 논문을 뒤져야 할 것 같다.

고려시대 수공업에 관한 내용을 알아야 하지만 결국에는 전 시기인 삼국시대와 이후 시기인 조선시대 수공업체제에 관한 내용을 속속들이 까지는 아니어도 대충이라도 알아야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결국 내 책상에는 이 책을 중심으로 시대를 망라한 수공업 관련 책과 논문이 쌓여 있으며, 출력하지 않은 논문 역시 컴퓨터에 한가득이다.

학교에 가서 찾아봐야 하는 책까지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다.

수업들을때 교수님 말씀대로 제대로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뒤로 또 옆으로 다 공부해야 되는 것 같다.

공부는 정말 끝이 없다...다만 봐야될 자료만 늘어갈 뿐이다.